동성애 혐오로 군대라는 성적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 정신?

4월 11, 2011 in Hot Issue, 이 달의 Hot Issue by admin

2011.3.31.군형법 제 92조 합헌 결정을 바라 보며

1.

2011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군대 내 동성간 성적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군형법 제 92조에 대한 위헌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해외에서도 더 이상 보기 드문 반동성애 법조항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헌법의 평등권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은 물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그간 운동단체들이 꾸준히 관련 내용에 관하여 활동을 벌여 왔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06년 NAP 권고안에서 관련 조항의 삭제나 개정을 권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헌재 스스로 반인권 법안에 대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 외에도 점차 사법부에서 동성애자 인권 관련 명백한 차별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군형법 제92조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간(鷄姦)이란 남자끼리의 성행위를 의미하며, 실무상 남성간의 항문성교로 해석된다. 즉, 남성간의 성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며, 항문성교에 해당하지 않는 애무 등 성적 행위는 ‘기타 추행’에 해당하여 결국 동성간의 성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2009년 개정으로 형량이 1년 이하의 징역에서 두 배 증가하였다. 개정 이전 군형법도 ‘계간 및 그 밖의 추행’에 대한 해석에 있어 합의에 의한 성관계까지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고 더군다나 2009년 개정법에는 폭행이나 협박에 따른 추행죄 조항이 신설되어 ‘계간 및 그 밖의 추행’은 더욱이 합의 하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고자 하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특히 이 조항은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조 하에 강간 등의 행위와 동등하게 배치되고 있어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하여 법리상 형량은 다를지라도 강간에 준하는 죄로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은 군인으로 한정하여 적용되는 법이긴 하지만 동성애를 이유로 형사적 처벌을 하는 유일한 법조항이며, 현재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를 명시적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일부 이슬람국가에 한정되어 있다.

2.

군형법 제92조 ‘계간 및 기타 추행죄’는 군형법이 1957년 최초 제안, 본회의 의결을 거쳐 1962. 1. 20. 공포되었을 때부터 존재했던 조항이다. 군형법은 미군정 때 제정된 국방경비법, 해안경비법을 대체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서, 일본의 구 육군형법(메이지 41년 제정, 쇼와 22년 폐지)을 토대로 하여 기존 국방경비법 조항을 가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 육군형법에는 계간(鷄姦) 조항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계간(鷄姦)에 관하여 ‘남성 간 성행위’ 일반을 지칭하는 단어로 정의하고 메이지 시대 1872년 <鶏姦律条例>가 발포되었다가 1890년 폐지된 바는 있으나 메이지 41년 제정된 일본의 육군형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 그러므로 현재 군형법 조항 중 계간 조항은 1920년 제정된 미 전시법(Article of War)의 기타 조항 항목 중에서 번역된 것이 존속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 전시법(Article of War)을 거의 번역, 개정한 것으로 알려진 국방경비법은 제50조 (기타 각종의 범죄)에 자해, 방화, 야도, 가택침입, 강도, 절도, 횡령, 위증, 분서위조, 계간, 중죄를 범할 목적으로 행한 폭행, 위험 흉기, 기구 기타 물건으로 신체상해의 목적으로 행한 폭행 또는 사기 혹은 공갈을 범하는 자는 군법회의 판결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미 전시법(Article of War) 중 성적 유혹 및 남용, 살인, 강간, 위협적 행동, 정부 대상 사기 등의 내용을 ‘기타 범죄 및 공격’로 다루는 항목 중 93조 ‘Various Crime’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이 조항에 기술된 ‘sodomy’를 번역한 것이 ‘계간(鷄姦)’이었던 것이다. 즉 1920년대 미국의 청교도 윤리를 군대(당시 국방경비대)에 그대로 적용했던 조항이 군형법 제정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도 계간이란 용어는 한국 사회에서 생소했으며, 국방경비법 번역을 담당했던 김완룡 참위가 ‘동방예의지국에서는 계간이란 있을 수 없다’는 반대의사를 밝히기까지 했으나 그대로 번역된 채 남아 있게 되었다.(하우스만/정일화. 한국대통령을 움직인 미군 대위. 하우스만 증언. 한국문원. 1995)

1962년 군형법 제정 과정에서 국가재건회의(5.16 군사혁명위원회가 개칭한 것)가 군형법을 마련하면서 국방경비법 제50조 항목 중 상당수가 비군사범죄화 되어 군형법에는 제외되었으나 일부 자해 같은 경우 군무기피 목적 상해로 군사범죄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계간(鷄姦) 역시 추행 범주 속에 군사범죄로 존속되게 된다. 당시 계간(鷄姦) 조항의 존속 사유는 알 수 없으나 1973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해당 조항은 ‘군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이른바 군대가정의 성적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민간인과의 사적생활 관계에서의 ‘변태성 성적만족 행위’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 바 있다. 즉 과거 민간인 대상 성적 행위 등도 포함하는 sodomy 규제 등 청교도적 규율과는 다르게 ‘군대 가정의 성적 건강 유지’라는 목적이 이 당시부터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이 해석은 군법회의에 의한 원심판결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즉, 애초의 청교도적 규율보다 더 강화된 ‘군대 가정의 성적 건강 유지’라는 해석은 한국식 가족주의의 은유에 부합하는 해석을 통해 ‘군대 가정’을 군 규율의 주요 근간이자 원리로 정합시키고자 했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1973년 대법원 판결 후 35년이 지난 2008년 이루어진 해당 조항 관련 대법원 판결에도 여전히 ‘군대가정의 성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이 조항의 주요 입법 취지라고 밝히고 있는 부분은 군대 규율을 유지하는 근간이 여전히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이 판결은 관련 사건이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를 위배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가장인 지휘관, 형제지간인 병사들로 구성된 가정 공동체라는 ‘군대가정’이라는 해석을 통해 ‘군대가정’의 가장인 중대장이 다른 사람도 아닌 형제들(병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것이므로, ‘양 젖꼭지를 비틀거나 잡아당기고 손등으로 성기를 때린’ 등의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거나,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이 2008년 대법원 판결은 소위 그 동안 형법 제92조의 추행죄 규정이 행위유형이 세분화되지 않고, 처벌법규로서의 명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위헌론을 무마하기 위해 (축소)해석을 통해 해당 조항을 ‘동성간 성행위’만 문제시한다고 초점을 맞춘 것이다. 즉 가부장의 규율 속에 이루어진 성적 폭력이나 수치심은 소위 ‘군대 가정’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필요하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며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킴으로써 ‘군대가정’의 ‘성적 건강’을 무너뜨리는 동성간 성행위와는 구분되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정반대로 무시함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사회,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추행으로 얼룩져도 ‘성적으로 건강한’ 가족주의가 아닌가.

 

3.

2011년 3월 31일 이루어진 헌법재판소 판결은 2008년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그대로 본따 안으며 군대가정의 가족주의가 헌법에 보장된 프라이버시권, 자기결정권, 평등권보다 우선된다고 결정지었다. 위헌론이 제기했던 광범위한 해석의 문제 등은 이 조항이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만족 행위’를 지칭한다고 해석하면서 광범위한 해석 여지를 차단하고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고 볼 경우에도 그러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으로써 ‘군대 가정의 성적 긴장’ 유지를 위해 동성애를 문제적 행위로 보고 차별할 수 있다고 못박은 것이다. 해당 판결은 2002년 헌법재판소 판결보다 위헌 의견은 더 많았지만, 내용적으로는 훨씬 후퇴하고 있다. 우선 2002년 판결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2011년 판결에서는 “동성애 성행위=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를 지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2002년 판결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명시하며 동성간 성적 행위를 바로 비정상적인 행위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반대 의견의 요지 중 하나였으나 2011년 판결에는 반대 의견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간에 군영 내에서 하는 음란한 행위’로 한정해야 한다’거나 군의 정신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군내에서의 동성애를 금지할 필요성’도 있다고 못박고 오로지 명확성 부분에서만 문제가 된다고 봄으로써 전체적으로 군대 내 동성애는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단정짓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헌재가 기존의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동성애를 보다 명시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까지 해석할 수밖에 없다오로지 ‘군대가정’을 위해서는 헌법 상의 평등권과 프라이버시권자기결정권은 고려될 필요도 없다는 의지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기세가 군대 사회와 유사한 한국의 남성 중심 사회에까지 동성애를 문제시하고 간섭하려 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남성 중심 사회의 성적 건강을 위해?’

4. 

판결이 이루어지던 날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어버이연합을 위시한 시위대가 줄서 있어서 소송 관련자들은 방청권을 얻기도 어려웠다그들이 내세운 구호는 ‘군대 내 동성애 김정일만 좋아한다’였다. 그 분들이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북한은 동성애를 법적으로 처벌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공공연히 동성애에 대해 말하는 것이 금지된’ 사회 중 하나이다.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의 땅이 아닌가!) 혹시 아는가? 한국이 북한 같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고결한 마음을 김정일 장군님이 더 어여삐 여길 수 있을지도. 그러면서 그 앞에서 기자회견 때 울음을 토해내던 동성애자 앞에 고함을 지르면서 상채기를 주고 희열을 느끼는 이들이야 말로 ‘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들 아닌가.

 

written by 토리

동성애 혐오로 군대라는 성적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 정신?

3 Comments

  1. 조곤 said: On 2011-06-11

    음 계간법의 용어를 고치고 싶었다는건지, 이 법의 폐지를 주장했던건지. 투쟁의 초점이 맞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네요. 좀 분산되는 느낌이었달까..전 이 법이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남성 동성애자입니다만, 성정체성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보다,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의 유지에 헌재가 손을 들어주었다뿐이지, 동성애 차별조장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까진 느껴지지 않았어요.군대에선 자위도 엄연히 성군기문란이라죠.처벌하고 있지 않지만요. 계간이란 용어가 가슴팍에 박힌 송곳같은 느낌이네요.

  2. 조곤 said: On 2011-06-13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대비하여 만들어진 집단을 두고 남자 동성애자들끼리 밀애를 즐기는걸 용인하는게 헌법정신인지요? 계간법이 부던히 용어에서 드러나듯 동성애 차별적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이성애자 군인들은 직업여성 불러다가 신종 위안부라도 만들자고 해야 형평성에 맞는게 되려나요?

    동성애 차별을 이야기할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계간법의 용어를 군계급에 의한 성폭력 방지법 등으로 바꾸어 보는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을 우선시하는 곳이 아니라 집단의 존속을 우선하는 군집단에 개인의 성정체성과 성행위 허용 여부가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 보수측에선 국가보안을 뒤흔든다고 느꼈을거 같네요. 뭐, 계간법 폐지가 곧 군내 동성애 찬성이라는 식의 흑백논리도 잘못이긴 하지만요.

    개인의 가치보다 집단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주의자분들이 자유주의자처럼 주장하셔서 좀 새롭지만요. 아니, 뭐 전시에 전 핑크색 총을 달라고 외쳐보아야겠어요. 거무칙칙한건 아무래도 게이가 가지고 다니기엔 너무 마초스럽잖아요. 이것도 헌법정신으로 이룩될 수 있을까요?

    전 계간법의 존속을 찬성하는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헌재의 결정이 동성애 혐오조장이라고까지 느끼지 않습니다. 그 판결에 헌재는 “목적성”이 있어서 그런 판결을 내린거지 동성애자를 차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결하지 않았지요. 법조인들의 특성상 거론된 사안에 대해서만 분별하는 것이었을뿐 그들이 계간법의 전부를 합헌이라 생각하진 않겠죠. 용어선택의 잘못을 지적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요. 어버이 연합인지 아바이 연합인지 저긴
    너무 이상하다고 느끼고 하필 저런분들과 붙어서 속이 많이 상하셨겠어요.

    게다가 “성적 가정” 이란 말은 어느나라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새로운 프레임 개발인건지… 주석을 달아주셨더라면 감사했을건데.

  3. 조곤 said: On 2011-06-13

    그리고 피해의식은 거둬낼법도 하다고 생각해요. 이반시티에 올라오는 소설방의 군대 관련 경험담들이 조회수나 인기가 많거든요? 그런데 상당부분 상급자가 되어 후임병은 건드린 이야기, 이성애자 상급자가 후임병인 동성애자를 성폭행한 이야기 등등이 많아요. 특히 일반을 동성애자로 전향시킨 이야기가 인기가 많죠. 그런게 일종의 로망중의 로망인가봐요. 이반찜방이나 이반업소에 대한 철퇴에 반대하고 우리네 80년대 게이 선배들을 위해 적극 변호하겠다는 생각이고, 그들과 함께 청소년기를 보내서 어떤 마음인지 알아요.

    그러나 권장되고 추천되어야 하는 문화라고 느끼진 않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가급적 되물림 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런 의미에서 군인시민에 대한 성정체성 검열이나 아웃팅 이후의 처벌에는 반대하지만 군외 연애도 아니고 군내 성행위까지 찬성하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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