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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대립, ‘좌파로 살기’ vs ‘결혼하기’

4월 11,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이 달의 Hot Issue by admin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21792

잘못된 대립, ‘좌파로 살기’ vs ‘결혼하기’

[성정치-치명적 매력] ‘결혼파업’과 좌파청년의 고민에 대해

평상시 <레디앙>의 ‘진보 야’ 코너를 즐겨 읽고 상당 부분 공감했던 나로써는 "청년들 ‘결혼 파업’ 돌입했나?"라는 글을 읽었을 때 몇 가지 어려움을 느꼈다. 우선 어려운 부분은 글 주제가 ‘결혼 파업’이었음에도 글 전반에서 제시하는 좌파 청년 남성들이 소위 ‘결혼 파업’에 이르기까지의 문화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것과 다른 생소한 문화

내가 글을 통해 어렴풋이 느낀 것은 좌파 청년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정치 얘기만 하고 정작 결혼이나 출산, 양육에 대해서는 고민하기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접하는 많은 청년, 특히 여성들은 글 속의 ‘청년들’처럼 ‘좌파로 살 것인지, 결혼을 할 것인지’ 선택지 속에서 결혼 파업에 이르는 과정에 도달하지 않는다. 혹은 저자가 글 말미에 제시하듯 쿨하게 가족 제도는 별거 아닌 것인 양 치부하면서 결혼 파업에 이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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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생명 경시한 선택 아니다"

4월 2,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낙태, 생명 경시한 선택 아니다”

[성정치-치명적 매력]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사회계급

우선 낙태에 대해 내 입장을 말하자면, 누군가가 임신했는데 낙태하겠다고 내게 말하면, 난 그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뿐 거기에 대해 어떠한 선악 판단도 하지 않는다. 물론, 그 여성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가져올 일이기에 안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 결정에 대해 비난하지 않으며, 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명에 대해서

그리고 만약 지금 상황에서 내가 임신할 경우, 나 역시 낙태를 고민하게 된다. 나를 생명이 중요한지도 모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천하에 못된 년이라고 비난하시려면 해도 좋다. 단, 그것이 내 임신 사실을 없던 일로 만들어 주진 않는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아무리 피임을 철저히 해도 가임기 여성인 한, 임신의 가능성은 늘 있다는 사실을. 파트너가 정관수술하지 않은 남성인 한, 생리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임신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밖에 없다. 일단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먼저 ‘생명’에 대해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나는 생명과학과 출신이다. 그러나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생명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태아는 생명이다. 그러나 인격체로서 인식되는 시기는 계속해서 논란 중이며, 나 역시 언제부터 인격체로 인식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수정란은 분명 인간으로 성장할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모든 수정란이 그런 것은 아니다. 유전체 이상이 있을 경우, 착상하지 못하고 다음 생리 때 자궁내막과 함께 배출되니까. 착상되는 시기는 수정 후 1주일에서 열흘이므로 이미 수정란이 포배기를 거쳐 낭배기로 들어갈 시기이다. 이 이후에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 각각 기관으로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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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둘러싼 참혹한 전투장에서

4월 2,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낙태를 둘러싼 참혹한 전투장에서

[성정치-치명적 매력] 진보 이데올로기 앙상함 그대로 드러내

최근 진보신당 대의원 선거에서 한 후보가 낙태 단속 찬성 및 근절을 유일한 공약으로 걸고 나온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별개로 다른 한 후보는 낙태에 대해서는 옹호하면서도 사형제 강화와 체벌 강화를 걸었다. 이 사건은 진보신당 내에서 낙태를 둘러싼 문제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면이다.

사형제-체벌 찬성하는 후보도

사건을 접하면서 참으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 최근 낙태 관련 단속 강화 등 반동적 흐름에 부족하나마 최소한 진보정당으로서의 개입과 맞대응을 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당 내에서는 오히려 낙태권 및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강령을 수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에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당내 주요 활동가들 사이에 공감대나 관심이 현저하게 부족함을 계속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여타 정당 전술과 전략에 대해서는 피 터지게 논쟁해도 여성의 낙태권 및 재생산권에 관해서는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방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도리어 한국사회의 진보정당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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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의 갈림길에서 묻다"

4월 2,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진보정치의 갈림길에서 묻다”

[성정치-치명적 매력] “우리는 새로운 진보의 전망과 각오가 있나”

성정치위원회는 왜 ‘성정치’란 단어를 쓸까?

성정치위원회 활동가로서 성정치란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곤혹스럽다. 혹자는 여전히 ‘성소수자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사실, ‘성소수자’를 ‘성소주자’라고 부르지 않는 것만 해도 사람들이 ‘기특해’ 보일 때도 많다. 그나마 대중화된 ‘성소수자’란 이름 대신 ‘성정치’란 이름을 굳이 채택한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정치위원회 활동가들이 성소수자위원회란 이름 대신 성정치위원회란 이름을 채택한 것은 성소수자가 겪고 있는 듯 한 문제와 차별들이 비단 성소수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이 컸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들이 이성애중심적, 가부장적 배제구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감내하고 살아가야 한다면, 비성전환 이성애자들은 ‘정상가족’이라는 이성애 가족의 롤모델에 맞추어 살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35세 미만 단독세대에게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성소수자를 비롯한 결혼하지 않는 단독세대들에 대한 가시적 차별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얘기한다면 다른 한편으로 비성전환 이성애자들은 그 차별을 받지 않고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게, 어쩔 수 없이 가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일부 성소수자들 또한 이 사실을 인식하고 어쩔 수 없이 결혼에 뛰어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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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 ‘지역’"

4월 2,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성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가능성 ‘지역’”

[성정치-치명적 매력] 1980년대 런던시의회와 게이 레즈비언 정치

이전 연재글에서 나는 하비 밀크의 예시로 지역이란 공간 속에서 소수자 대표성을 내세워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지역 정치가 소수자 정치를 하는 예는 단순히 소수자 정치인을 내세우는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다양한 풀뿌리 운동, 지역 운동과 이들 운동 주체와 어떻게 관련을 맺을 것인가 또한 지역 정치의 중요한 주제이다.

지역정치가 이들 운동과 만나는 과정은 운동 속에 내포되어 있는 급진성을 정치적 의제를 삼는 방식일 수도 있고, 철저하게 개별 운동 주제와 요구들을 실현시킬 도구로서 행정을 활용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지역 내에 존재하는 소수자 운동들의 요구와 목소리는 지역 공간의 대표인으로서 소수자를 내세움으로써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지역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통해서 상승 작용을 한다.

사실, 대다수의 한국 사회 소수자 운동(특히 성소수자 운동)은 지역 단위보다는 중앙에서 소수자 정체성으로 싸워 왔으며 철저히 중앙 정부와 대응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설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프레임 속에서 ‘소수자 인권’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인권 프레임은 ‘소수자라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로 명명되었고 중앙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으로 간주되었으며, 인권 활동가에게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 받지 않을 권리’는 가시적인 ‘차별’이 발생했을 때에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되나 전반적인 소수자 지위의 누락, 소수자 지위의 향상을 위해 권력을 배분하는 데로까지 시야를 넓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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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밀크가 열어젖힌 공간의 가능성

4월 1,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하비 밀크가 열어젖힌 공간의 가능성

[성정치-치명적 매력⑭] “소수자가 인정받는 세상은 어떻게 다를 수 있나”

“알투나, 팬실베니아, 리치몬드, 미네소타의 커밍아웃한 젊은 게이들, …그들이 유일하게 찾고 있는 것은 희망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희망 없이는 게이 뿐 아니라 흑인, 노년층, 장애인들은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더 많은 게이를 선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모든 권리가 박탈된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고,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또한 게이가 선출된다는 것은 그 동안 포기해 왔던 국가의 문이 모든 사람에게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 하비 밀크의 연설 중 일부-

2008년 총선, ‘커밍아웃한 최초의 레즈비언 공직 후보’로 나선 종로 최현숙 선거운동본부. 그러나 최현숙 선거운동본부는 여러 차례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선본은 1%로 대변되지 않는 100%를 대변하는 정치를 하자, 그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과 소수의 지배를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 99%를 대변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려 논쟁하였다. 그리고 ‘소수자’에 불과한 레즈비언이 ‘왜’ 다수의 정치와 대의제 속에서 대표되어야 하는지, 이를 어떻게 동네 유권자들에게 설득시킬지에 관해 논쟁하였다.

대의제 정치 사이클에서는 한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문제를 두고 선본 활동은 외부 활동보다는 회의가 거듭되는 시간들로 채워져 갔다. 혹자는 더 레즈비언이란 용어를 알리는 것이 선본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혹자는 보다 주민들이나 진보정당인들에게 친숙한 진보정치의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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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는 섹스만을 원하는가?

4월 1,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9004

‘변태’는 섹스만을 원하는가?

[성정치-치명적 매력⑬] 섹스 이전의 사랑, 사랑 이전의 사람

이화여자대학교의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특별기구는 재밌는 이름을 가졌다: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변태”로 간주된 소녀가 사회의 폭력을 딛고 비상하는 멋진 시상의 내러티브가 내포된, 하나의 환성된 시다.
필자가 학부시절 회장이었던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의 명칭은 “사람과 사람”이었다.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만큼의 아름다운 명칭은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의미를 함축한다고 본다. “우리를 변태가 아닌 사람으로 봐 달라”는 호소이다.
“변태”는 하늘을 날지 않는다. “사람”만이 그런 자유를 누린다. “변태와 변태”가 아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사람과 사람들의 모임들이다. 변태소녀(그리고 소년)도 변태이기 전에, 사람이기 때문에.

“동성연애자”에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안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일단 커밍아웃을 하면 성정체성이 다른 정체성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사회는 우리를 “사람”으로 보기 전에 “변태”로 본다. 자기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커밍아웃 성소수자에게는 변태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닐 위험에 처해있다. 이는 여성이나 장애인들과 같은 다른 소수자들이 받는 차별과 내용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스스로를 자신의 소수자 정체성이기 전에 한 개인, 혹은 남들과 똑같은 인간으로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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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 그저 징그러워서 싫어?"

4월 1,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911

“우리 결혼, 그저 징그러워서 싫어?”

[성정치-치명적 매력⑫] 동성 결혼 반대자들의 폭력적 취향

타인의 미학적 취향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인식했을 때가 기억난다. 광화문 광장 리모델링 직후, 게이 친구와 함께 구경 갔었다. 우리는 둘 다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너무 흉측해서.
물론 그 전에도 인식만 못 했을 뿐,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학부 시절,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는 도중 몇 줄 앞에 앉아 있는 여학생의 발에 눈이 갔다. 분홍색 하이힐에다 보라색 스타킹까지 신고 있었다. 분홍색 하이힐. 보라색 스타킹. 분홍색 하이힐. 보라색 스타킹.

이것은 코스프레가 아니라 정상적인 대학에서, 정상적인 강의 도중의 실제 상황이었다. 그 끔찍함을 보고, 코티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팍 올랐었다. 그날 공부 모두 망쳤다. 나의 미학적 평정심이 옷 못 입는 여학생 한 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 비명을 지르면서 강의실에서 뛰쳐나왔다.
이러한 경험들 때문에,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약간 이해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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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들의 연애는 풍요의 증진 레즈비언 연애는 궁핍의 번식"

4월 1,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760

“게이들의 연애는 풍요의 증진
레즈비언 연애는 궁핍의 번식”

[성정치-치명적 매력⑪] 한국의 게이, 한국의 레즈비언을 생각하다

‘성정치’에서 성소수자 공동체 내에서도 거의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주제를 다뤄보기로 했다. 그것은 여성 동성애자들과 남성 동성애자들 간의 이질감이다.
처음에는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필자가 이쪽(!) 사회로 입성한 것은 학부 시절 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부터였는데, 동아리에 자주 나오는 여성 멤버가 없다는 사실에 당시에도 조금 의아했었다. 레즈비언은 보통 30대 때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이 말이 얼마나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신뢰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더 크게 고민하지 않았었다. 가입하자마자 첫 연애를 시작했고, 처음으로 성소수자 공동체에 접하는 설렘과 함께, 우리만의 문화에 흠뻑 빠져드느라 정신없었다.

▲ 영화 <친구 사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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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싸우는 평화주의자들

4월 1, 2011 in 성정치-치명적 매력(레디앙 연재) by admin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8685

여성, 싸우는 평화주의자들

[성정치-치명적 매력⑩] “천안함 맞서 여성평화운동 들불처럼 번지기를”

전쟁의 공포, 상기시키는 이명박 정권
아마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나라에 전쟁이 났다고 싸이렌이 울리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수업도 중단되고 허둥지둥 신발 주머니를 챙겨들고 아무도 없는 텅빈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울면서 집으로 뛰어 왔던 일이 생각난다.

그 때 그 운동장은 왜 그리도 넓던지.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1983년 북한의 공군 이웅평 대위가 남한으로 귀순하면서 벌어진 한바탕 해프닝이었던 것. 어린 마음에 ‘전쟁’이란 놈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내게 밀어닥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었는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나에게 그 어린 시절 공포의 기억을 연일 상기시켜키며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대통령과 국가 원로들이 식사하면서 “전쟁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느니 한중일 3국 정상회담자리에서 “전쟁을 두려워 하진 않지만, 전쟁 원치 않는다”느니, 말장난 같은 전쟁 망언을 늘어놓는다. 조중동 극우신문들도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아예 사설에서 전쟁하자고 선동한다.
불안한 건 둘째 치고 가슴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국민의 안보를 가장 우선으로 걱정해야 할 국정최고책임자가 함부로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다니. 국민을 전쟁의 광기 앞으로 작정하고 몰아세우려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정치쇼’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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